글 | 이창엽 사무처장
‘롯데와의 전면전을 선포’할 정도로 지역경제 지킴이로서의 선한 이미지를 강조해온 김승수 전주시장이 자신의 말을 뒤집어가며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계획 변경안을 발표한지 벌써 4개월여가 지났다. 평소에도 그 중요성을 역설한 만큼, 시민공론화 과정이라는 본인의 약속이라도 지켜달라는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김승수 시장과 자신의 역할과 본분을 다하지 않는 답답한 행정과 의회를 대신해 시민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7월 17일 오후 2시, 시민사회와 중소상인단체를 비롯해 각계의 모임과 개인들이 함께 모여 준비한 <전주종합경기장 롯데재벌 특혜개발 반대 전북도민 대토론회>가 소중한 시민의 땅,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여성교육문화센터’ 별관 중회의실에서 시작되었다.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듯, 준비한 의자가 모자라서 다 앉지도 못한 채로 열띤 토론회가 진행되었으며 이날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기왕에 모여진 <전북도민 대토론회> 준비팀을 중심으로 전주종합경기장 전북시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 위한 준비모임이 마련될 예정이다.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된 문제점과 시민사회가 공감하고 있는 전주시에 대한 요구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이날 발제에 나섰던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처장의 발제문을 지면에 싣는다.
"시장 재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던 롯데 불가 입장 번복,
롯데와의 계약해지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불합리와 모순,
지방계약법 규정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외투법 꼼수 적용"
전주시의 갑작스런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계획 변경 발표
지난 4월 17일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시가 경기장 부지의 3분의 2에 ‘시민의 숲’을 조성하고, 롯데가 나머지 3분의 1에 컨벤션센터와 호텔, 백화점·영화관 등을 조성하겠다”는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계획을 밝혔다. 김승수 시장은 백화점이 들어서는 판매시설 부지는 롯데쇼핑에 50년 이상 장기임대해주고, 호텔은 20년간 롯데가 운영한 후에 전주시에 기부채납하며, 롯데쇼핑이 전시컨벤션센터를 지어 시에 기부채납하게 된다는 요지의 개발 계획이다.
앞서 2012년 12월 당시 송하진 전주시장(현 전북도지사)는 ‘롯데쇼핑은 전주월드컵 부지에 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건설하여 전주시에 기부하고 이를 대가로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절반을 양여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민의 땅인 전주종합경기장을 재벌기업 롯데에 넘겨주는 개발방식은 공공부지를 잃는 것일 뿐 아니라 지역 중소상인과 지역경제를 몰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전주시민들의 우려와 반발로 인해 개발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김승수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주시장후보로 나서 ‘지역 자영업자와 중소상인은 지역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고, ‘대형쇼핑몰의 진출은 중소상인의 몰락은 물론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킨다’며, ‘종합경기장을 롯데에 매각하는 것을 절대 반대’하고 전주종합경기장을 시민의 품에서 지킨다는 공약으로 전주시장에 당선되었다.
2015년 7월 14일 김승수 전주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종합경기장 개발과 관련하여 당초 계획인 '기부대양여' 방식이 아닌,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전주시 자체재정으로 건설하고 종합경기장 부지는 시민의 공공 공간으로 재생 개발한다는 것이 요지이다. 김 시장은 “급속한 도시화 속에서 세계 주요 도시들은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유지까지 매입해서 공원 등 공공의 공간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추세다”면서 “세계 어떤 도시를 가더라도 그 도시 중심에 좋은 공원과 광장 등이 있는데 종합경기장을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같은 숲속공원과 광장으로 조성해서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전주종합운동장 개발계획 변경안은 7월 28일 전주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김승수 시장이 밝힌 자체 예산을 투입한 재정사업으로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김승수 시장은 종합경기장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2016년, ‘롯데 유치는 소유권을 공짜로 넘기는 것’ 2017년, ‘객리단길이 잘 살아난 덕은 롯데쇼핑을 막은 덕’이라는 발언으로 종합경기장 자체재정사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자체재정사업으로 시민공원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공약으로 전주시장 재선에 이르게 되었다.
시민 공공부지 전주종합경기장 개발을 위해 재벌 롯데에게 손을 벌리면 지역경제는 해체되고 지역공공성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2019년 4월 김승수 전주시장은 그동안 그가 일관되게 보여준 태도를 갑자기 바꾸어 롯데의 손을 빌어 종합경기장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다. 이는 시민의 땅을 ‘장기임대’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롯데에게 내어주겠다는 것으로 김승수 시장이 지난 임기 때부터 약속해온 ‘시민의 이름으로 롯데와의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도민들의 모금으로 조성한 시민의 땅 전주종합경기장을 롯데에게 넘겨주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임이자 지역경제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송두리째 포기하는 것이다. 김승수 시장은 ‘롯데에게 무상으로 임대함으로써 시민의 땅을 지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50년 이상, 최대 99년까지 임대하는 것은 사실상 소유권을 넘겨준 것과 다름이 없다. 그 기간 동안 초토화된 지역 상권과 무너진 지역 경제는 땅을 돌려받는다고 해서 회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에게 넘겨주려고 계획 중인 부지에 세워질 롯데백화점은 현재 규모의 2.5배이며 이에 따라 현재 연간 3천억에 이르고 있는 매출은 7천억 이상에서 1조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는 2천 개 이상의 지역 점포의 폐업과 최소 8천 명 이상의 실직, 전주 거리 곳곳에 자리 잡은 상권의 해체라는 엄청난 피해를 불러일으킬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전주시의 발표대로라면 시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조성하게 될 ‘시민의 숲’은 롯데쇼핑과 롯데호텔을 위한 롯데의 정원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
전주종합경기장 민자 개발을 위한 전주시의 옹색한 변명
김승수 전주시장은 기존 계약의 당사자인 ‘롯데쇼핑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1%의 권한도 갖고 있지 못하여 부득이 하게 롯데와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롯데와의 계약해지에 대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지난 2018년 6월 29일 전주시는 롯데쇼핑과 계약해지를 전제로 공문을 주고받았다. 이 공문에서 롯데쇼핑은 ‘협약해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이 재정사업의 변경에 따른 동종업계의 출점여부’라고 밝혔다. 이에 전주시는 ‘전주시민들의 추억이 집적된 역사문화적 상징공간인 종합경기장은 시민들에게 돌려줘야할 소중한 자산으로 동종업계에 대한 재공모 등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2018년 7월 10일 전주시와 롯데쇼핑은 전주시청사에서 계약해지를 위한 협의를 갖게 된다. 롯데쇼핑은 종합경기장 관련 초기 투자비가 12억에서 13억 상당임을 밝히면서 협약해지의 명분으로 ▶롯데백화점 전주점 옥상헬기장 해제 검토(옥상 생태공원 조성 예정), ▶백화점 앞 공개공지 활용허가(이벤트 및 각종행사), ▶전주시 공무원과 포인트 제휴, ▶천변 주차장 조성 건의 등 4가지를 요구한다. 그러나 전주시는 이와 같은 롯데의 요구를 모두 거절한다. 롯데의 ‘포인트 제휴’ 요청에 대해 ‘전주시 주변상권과 소상공인의 이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한 전주시가 지역 자영업자의 몰락과 전주 상권의 해체를 야기할 수밖에 없는 롯데와 ‘50년 이상 무상임대’를 협의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주시는 롯데에게 1%의 해지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종합경기장 부지 일부를 롯데에 50년 이상 장기 무상임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것은 전주시의 무능과 무책임을 덮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기존 계약이 ‘기부대양여’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계약의 근본 내용은 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롯데가 건설하고 이의 대가로 종합경기장 부지 절반을 받는다는 ‘건설 도급계약’이다. 도급계약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변고 또는 사업포기로 인하여 해제될 수 있다는 점과, 시민의 대의기관인 전주시의회가 ‘종합경기장 개발사업을 자체 재정사업으로 계획 변경’을 결정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해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관련 법률의 취지와 목적을 크게 훼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주시민의 의사와 전주시의회의 결정을 완전히 무시하는 초법적 발상이다.
또한 전주시는 외국인투자촉진법까지 인용해가며 새로운 사업계획을 위한 사업 당사자를 롯데에만 한정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법률 취지는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외국인투자를 지원함에 있음을 해당 법률 총칙은 밝히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은 지방 공공재산은 경쟁 입찰, 공개모집 등을 통해 공정한 계약을 할 것을 명시한 지방계약법을 위반해서라도, 기존 계약의 당사자의 지위를 승계시키기 위해 설치된 법률이 아니다. 또한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롯데 해외특수목적법인’이라는 유령회사와 새로운 사업을 위한 협약을 진행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기존 계약은 ‘1종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을 건설하고 그 대가로 종합경기장 부지 절반을 받는 건설도급계약’이며 새로운 사업계획을 위한 계약은 ‘컨벤션센터를 건설하고 그 대가로 종합경기장 일부를 무상 임대받는 건설도급계약’으로 그 계약의 근본 내용이 전혀 다르므로 이러한 새로운 사업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지방계약법이 요구하는 모든 절차를 지켜서 추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롯데에게 공공부지 50년 이상 장기임대라는 위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상에서 밝힌 바와 같이 김승수 전주시장은 새로운 사업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시민과의 약속을 뒤집고 롯데를 끌어들여 전주종합경기장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훼손하고 지역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또한 기존계약의 당사자를 새로운 사업계획의 당사자로 불법적으로 승계하려 하고 있다.
※ 토론회 자료집은 홈페이지(www.pspa.or.kr) 자료실에서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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