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경한 대표
문재인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화두가 길을 잃고 있다. 이 화두가 가장 사랑받았던 기억은 노무현 정부이다. 현 정부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정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지난 4년 동안 지역균형발전 화두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지역에 방점을 두고서 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집요하게 실천하였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건설한 혁신도시와 세종시로의 부분적인 행정수도 이전은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적인 과업이다. 이렇듯 노무현 정부는 지역의 가치를 높이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의 지역균형발전은 좀비처럼 대접을 받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역균형발전을 대통령 또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코너에 몰린 정치적 국면을 전환하고자 할 때나 좀비처럼 꺼내들곤 한다. 정부는 이에 집권 4년 내내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을, 그리고 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의 이름으로 메가시티의 건설을 들고 나왔다. 소위 3+2+3으로 표현되는 메가시티 건설 정책은 수도권, 충청권, 동남권(부울경권)의 그랜드 메가시티, 광주전남, 대구경북의 통합형 메가시티, 그리고 전북, 강원, 제주의 강소 메가시티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권역별 메가시티를 시작으로 세종시로의 국회 이전, 서울의 글로벌 국제경제금융수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민주당의 메가시티 건설 정책은 민주당과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빈곤한 사고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정작 가장 경제 사정이 열악한, 즉 균형발전을 요하는 지역에 대한 발전 방안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전북이 속해 있는 강소 메가시티에는 무슨 정책을 실시할 것인지 아무런 내용도 없다. 강소라는 그럴듯한 허울만 씌워놓고 그 지역에 대한 정책이 없다. 오히려 서울을 글로벌 국제금융수도로 건설하겠다는 정책에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전북에 제3의 금융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까마득하게 잊고서, 서울의 글로벌 국제금융수도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전북에는 실속은 없고 허울만 있는 강소 메가시티라는 빛나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전북 도민들이 그저 그런 허울에 마냥 좋다고 춤출 정도로 민도가 낮지는 않다.
정부와 민주당이 늦게나마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면, 작고 열악한 지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정책을 제시할 때만이 그 정책에 진정성이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 4년간 애써 잃어버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화두를 심폐소생 시켜야 한다. 로컬의 시대에 메가시티를 건설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마도 정부와 민주당은 대선 시기나 되어야 지역균형발전의 애드벌룬을 띄울 것이다. 그리고 곧 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화두를 끝까지 집요하게 붙들고 실현하였던 집념을 회복해야 한다. 정권 말기에 자기 앞 가늠하기도 바쁜 처지인데, 문재인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의 화두를 다시 살릴 수 있을까 믿음이 가진 않는다. 군산조선소 재개, 공공의대 건립, 제3금융도시 건설, 혁신도시 시즌2 정책 등을 지금까지도 처리하지 않았기에, 정부와 민주당이 이제라도 지역균형발전을 추진에 대해서 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이런 합리적 의심이 허구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다시 지역균형발전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주길 바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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