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경숙 회원
벌써 4월이다.
진입로의 매화가 싸늘한 기운 속에 가까스로 꽃잎을 피워 신학기 등교하던 우리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가 만개하고 목련이 꽃봉오리를 풀어 해칠 정도가 되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백화 만발이라더니 이제 어린잎의 성장을 지켜봐야 할 때이다.
그런데,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게 우리는 외딴섬을 빠져나오기 위해 긴 터널의 중간을 내닫는 느낌이다.
지난해 고교학점제 준비를 위해 혁신적인 공간 마련 사업에 착수한 학교가 개학을 앞두고 서둘러 공사를 단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공사가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 신학기여서 더욱 어수선했다. 특히 내가 들어가는 2학년 교무실과 일부 교실은 더했다. 새로 마련된 교실은 교육활동에 쓸 통신망도 연결되지 않고 집기가 다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개학 전 선생님들이 출근하여 청소도 하고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것으로 일단 교실의 형태는 갖추었지만 지속되는 공사로 먼지에 소음까지 겹쳐 혼란스러웠다. 교무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책상에 덜렁 컴퓨터만 연결하고 시작한 업무는 신학기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불편한 것은 복합기가 없고 정수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 며칠은 출력할 일이 있으면 본교무실까지 가야 했고 물은 사다 놓은 생수를 먹거나 집에서 가지고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하나, 둘 집기가 들어오고 부족한 것들이 채워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고 3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른다고 다들 아우성이다. 학교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난 우리 부장도 둘인 교무실을 오가며 학년 일이야, 수업이야, 학급 일을 하느라 동분서주하기가 힘들다고 한마디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3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가 문제였다.
신학기가 한 달이 지났는데 정원이 27명인 우리 반은 전체가 한자리에 모인 적이 한 번도 없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로 결석생이 지속적으로 있어서다. 본인 확진으로 인한 격리, 가족 확진으로 인한 격리,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한 결석, 백신접종으로 인한 결석, 생리로 인한 결석 그리고 각종 사정으로 인한 결석과 지각, 조퇴, 결과 등. 그러다 보니 한 아이는 엄마 확진에 아빠 확진으로 2주를 격리하고 본인 확진으로 1주를 더하여 격리를 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한 달, 우리 학교에서 코로나에 확진된 사람은 학생이 170명, 교직원이 8명이나 된다고 한다.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코로나와 함께하는 학교, 교실의 풍경도 이전과 사뭇 달라졌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나는 자가 진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자가 진단이 끝나면 학급, 학년 단톡방을 확인한다. 연락사항이 시도 때도 없이 오기 때문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 공휴일을 가리지 않고 학생이나 학부모님의 전화를 받기도 한다. 학생이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와 등교할 수 없다거나 코로나 관련 증상이 있어 검사를 해야 되어서 병원에 들렀다가 늦게 등교한다는 이야기, 코로나 후유증으로 인해 등교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학교에 가면 학급에서 아이들의 자가 진단을 독려하는 것으로 조례를 시작한다. 코로나로 출석에 어려운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이를 파악하여 보고하는 업무가 중요한 일과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점검하는 일이 가장 먼저가 되었고 다음은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수업을 실시간 제공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설치하는 일이다. 아이들의 협조를 얻어 컴퓨터를 설치하고 격리 중인 아이가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연락하면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 수업을 받지 못하는 아이가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친구와 동일하게 실시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은 아이들에게 제공할 자가 진단키트를 챙긴다. 일 인당 2개씩 배부가 되는데 시약, 면봉, 진단키트, 설명서 등이 각각 박스로 지급되기 때문에 이를 소분하는 작업이 학년 선생님들의 몫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 틈틈이 수업을 하고 짬을 내어 출석부를 정리하며 출결 관련 서류를 챙기는 것이 중요한 일과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아이들에게 학생부에서 출결은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밖에 가외로 있는 일이 1주일에 한 번 주어지는 급식지도이다. 12시 30분에 4교시가 끝나면 12시 50분까지 청소를 하고 그 후 밥을 먹는데 급식지도는 학년 선생님들이 나누어 하는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방역수칙을 지켜 식사를 해야 해서 선생님들이 나누어 급식지도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주일에 한 번이지만 수업 이외의 부가 되는 업무로 업무가 가중된 상황에서 하게 되는 급식지도는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일과 속에 분주한 선생님들의 정신을 쏙 빼놓기에 충분하다. 배고픈 아이들이 청소를 하는 둥 마는 둥 서둘러 끝내고 급식소로 달려가기 때문에 급식 시간이 12시 50분에서 12시 40분으로 당겨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그렇다.
예까지는 어렵다지만 업무 분담 차원에서 나누어 하겠는데, 선생님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게 따로 있다. 선생님들이 확진이 되어 수업결손이 생기는 경우이다. 아이들이 확진되어 수업결손이 생기는 경우는 ‘수업결손을 없게 하라’는 상부의 명으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실시간 수업으로 대체하거나 필요한 경우 프린트물이나 과제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체하는데 선생님이 확진이 되어 수업결손이 생기는 경우는 격리 중인 선생님에게 수업 영상을 찍어 올려 비대면 수업을 하게 하거나 수업과 업무로 쉴 틈이 없는 선생님들에게 대체수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로 몸이 좋지 않은 선생님에게 격리 중 비대면 수업을 준비하라니 이해하기 어렵고, 본인의 수업과 업무만으로도 힘든 선생님들에게 다른 선생님의 수업까지 대체하게 하는 것은 쉬 납득이 가지 않는다. 코로나 정국이 1,2년도 아니고 3년 차가 되어가는 마당에 그것도 전면 수업을 시행하는 마당에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인력을 마련하지 않고 선생님들의 무리한 희생만 강요하는 건 교사의 인권은 생각하지 않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 적정 노동을 할 권리가 교사에게는 없다는 말인가. 관리자들의 역할과 교육 당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학교의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업 시간 교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의 확연한 실력 저하도 있다. 문학 수업을 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만나게 되는 시인 중에 가장 많은 작품이 나오는 백석이나 윤동주, 이육사도 모르는 학생이 많고 2학년 정도면 알아야 할만한 작품들도 모르는 것이 많아 놀란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한 달여를 지내다 보니 코로나라는 터널을 뚫고 3년째 지나고 있는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족한 게 많지만,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건 이 아이들이 학급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담당하며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학기 초 1인 일 역할을 정하는데 예년과 달리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는 친구들이 적고 선생님이 부탁을 해도 사양을 할 뿐 아니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로 들고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격리가 끝나고 오면 담임인 선생에게 왔다고 보고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것조차도 몰라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고, 출석을 못하는 경우 삐죽 문자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면 챙겨야 할 출결 증빙서류는 잘 챙겨야 하는데 챙기는 것도 빠뜨리기 일쑤다.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인가, 아니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 때문인가 사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할 아이들에게 학급이라는 작은 공동체 속에서 지녀야 할 소양은 사회화를 위한 필수 소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다양한 변화가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교육 현장, 학교의 낯선 풍경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염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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