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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대회입상작-대학부] "침묵이 아닌 참여의 길"

"참여하는 시민" 상 | 김소희




1.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의 속성을 생각해 보면 수긍이 간다. 인간은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타인과의 상호작용과 공동체 속 일부분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인간은 공동체 속 타인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언어라는 매체를 발달시켰다. 각각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서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을 때 그들 사이에서 이따금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작용하며 발전해왔다. 여기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는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2.

  1997년 1월 6일 전북 익산에서 아주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두 살 터울인 오빠와 한 살 터울인 남동생 사이에서 옥신각신하며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자랐다. 아이는 유치원에 들어가서 소꿉놀이를 할 때면 친구들의 역할을 정해주고 놀이를 이끌어가며 대장노릇을 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남자 아이들이 친구들을 괴롭히면 머리카락을 잡고, 코피를 터트리고는 했다. 선생님과 주변 어른들은 여자아이가 조신하지 못하다면서 사내대장부 같이 그렇게 행동하면 못쓴다고 혼을 내셨다. 그렇게 아이는 어른들이 원하는 참한 여자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절대로 하지 않고,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갔다. 그렇게 “착한아이”가 되어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신뢰를 받았고, ‘학급실장으로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착한아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소녀는 그녀의 의견을 똑바로 피력하기 어려워했다. 소녀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다르면 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없었고, 괜히 솔직히 속마음을 말했다가 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무서워서 속마음은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다. 자신의 생각보다는 친구의 생각을 더 생각하고,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한 소녀는 그렇게 마음 한쪽이 곪은 채로 스무 살이 되었다. 타인의 판단과 관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요구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던 소녀는 대학교에 와서도 그것을 유지했다.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 소녀는 또 다른 공동체를 만났고, 그 속에 스며들었다. 공동체 안에서 소녀는 캄보디아로 봉사활동을 떠나게 된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문화 활동과 지식을 알려주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여러 번의 회의를 거친다. 미술팀의 팀장이 된 소녀는 팀원들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고, 무슨 활동을 해야 할지 선택해야 했다.

  항상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였던 소녀는 벽에 부딪혔다. 소녀는 여러 가지의 대안 중에 가장 적합하고 아이들에게 반응이 좋을 만한 활동 한 개를 선택해야 했다. 소녀는 순간 막막했지만, 미술 수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팀원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결정할 대안을 좁혀나갔다. 그 시간 속에는 찬성과 반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협의 과정이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물감으로 손도장을 찍어 나무 만들기, 풍선 아트, 클레이로 좋아하는 동물 만들기,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기 등 다양한 선택안 중 풍선아트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깨닫게 되었다. 자신이 여태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고, 자신의 의견에는 침묵했다는 것이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 것인지 말이다.

  의사결정이란 선택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탐색하고, 다양한 방안 중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포기해야 한다. 소녀에게 포기할 것을 결정하는 일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계속 미뤄왔던 것이다. 

  그녀가 몰랐던 것은 잃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다는 법칙이었다.

  캄보디아의 꼬마비전센터에서 그녀는 아이들에게 크레파스와 물감으로 여러 색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풍선으로 왕관과 칼을 만들어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칼싸움을 했던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3.

  의사결정을 올바르게 하는 방법은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실전에 나가서 경험을 토대로 결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점차 멀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의사결정을 한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결정에 대한 결과 즉, 피드백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해줘야 한다. 이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의사결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방법이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따뜻한 관심이 있는 세상이다. 현대인의 삶은 모두가 알다시피 피폐하고 시들어 있다. 온기 없는 말들과 이모티콘 뒤에 숨겨져 있는 그들의 감정이 걱정된다. 어른이 돼서 알게 된 것은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새로 만난 동료, 선배, 후배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가 다음 날 학과 내에 진실을 알 수 없는 소문들이 그들의 그림자에 붙어 다닌다. 우리는 서로의 진실을 알지 못하고, 궁금해 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심이 아니라 타인에게 흥미를 이끌만한 날카로운 화살을 원할 뿐이다. 인류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그것은 사랑이다. 인종, 민족, 국적, 종교 등의 차이를 초월한 인류애이다.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사랑보다는 눈 앞의 안정을 위해 타인의 고통과 불의를 눈 감고, 은폐하고 때로는 미화하기도 한다. 진실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에 이렇게도 무너진다. 우리의 본성은 사랑이다. 우리는 현재 머물러 있는 곳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분명 만들 수 있고, 우리만이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바라봐야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 주변에 사랑이, 관심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어색하게 마주한 이웃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 한마디 건네면서 출근하고, 학교 건물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에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가 서로를 기분 좋게 하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있는 회사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가 아니다. 과거 선진들이 힘들게 투쟁하여 갖게 된 권리들을 행사할 수 있는 시민이다. 백과사전에 시민이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력 창출의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는 민주 사회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혼자가 아닌 공동체이다. 우리는 익숙하고 단조로운 삶에 파묻혀서 우리가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다수일 때 그 빛을 발한다. 고대 사회에서는 일종의 특권계급으로, 근대에는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 계급으로 시민 혁명을 주도한 계층을, 현대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 전체를 의미한다. 사전에 나온 것처럼 이 시대에 시민은 부를 많이 축적한 사람이 달고 있는 칭호가 아닌 지금 이 순간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는 당신, 노래를 듣고 있는 당신, 미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당신 모두가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갖고 있고, 행사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대로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인 의사 결정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본문에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소녀는 항상 타인의 의견에 의존을 하는 의사 결정이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깨달았다고 했다. 소녀가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더 이상 침묵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매일 같이 뉴스에 나오는 화제들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뒤이어 밀려오는 삶에 떠내려 금방 잊고는 한다.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자.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 가족의 일, 내 친구의 일이 아닌 제 3자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금방 머릿속에서 떠나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 하고, 타인의 일에 내일처럼 공감해야 한다. 더 메말라버린 감정을 붙들고 살아가기에는 세상에 따뜻한 이야기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는 참여해야 한다. 겉에서 머무는 것이 아닌 그 공동체 속에 그 사람 속에 참여하고 관계를 맺어야 한다. 참여라고 하면 무조건 정치적인 단어로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참여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력이다. 퇴근하는 길에 있는 가로등이 꺼져버렸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모두가 누군가 고쳐주겠지라고 생각만 한다면, 그 어두운 길을 걷다가 누군가는 넘어지거나 크게 다칠 수도 있다.

먼저 발견한 사람이 동사무소에 민원을 넣어주는 사소한 것 또한 참여이다. 

  우리가 쉽게 또는 대표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투표가 있다. 투표는 나의 소중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필자는 어렸을 때 선거일이면 학교에 나가지 않아도 돼서 좋아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서로도 모르게 비밀스럽게 투표를 하고 오시긴 했다. 투표는 현대의 국가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참여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거대한 공동체인 한 개의 나라가 수 많은 법과 그 아래 존재하는 규례와 조항들을 세우고, 유지하기 위해 또 새로 만들어지는 법의 필요성을 알기 위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대신 전해주는 대리자 이자 책임자를 세웠고, 그 책임자를 통해 의견을 전달한다. 하지만 책임자를 세워두고, 방치한다면 책임자는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와 본질을 잊고 말 것이다. 새하얀 종이가 색깔을 머금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우리는 항상 관심을 가져야하고, 지켜봐야 한다. 우리의 의견을 전달하는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결정하는지 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고 시간이다. 그것들의 주인은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살아갈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지길 바란다.

  어딘가에 혼자 있을 아이가 누군가 내미는 따뜻한 손을 잡길 바란다. 아무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