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점점 여리게

                                                              박연준

 

창문 밑에 매달린 고드름 사이로

흐린 하늘에 목매달아 죽은 가오리연을 본다

하늘을 휘젓는 연의 시체는 부드럽다

까만 바람, 겨울은 낙타를 타고 걷는다

 

이따금, 방바닥에 흩어진

겨울의 부러진 발톱을 몰래 줍는다

주워들고는 죽은 구상나무 뿌리에 기우뚱 심어놓는다

구상나무는 아무것도 모르고 순하게 죽어 있다

뿌리에서 또다른 슬픔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

죽은 몸과 자라나는 슬픔 사이의 여백이 차갑다

 

애인은 겨울을 건너, 봄으로 갔다

 

내 발가락 사이사이 틈

꼬아진 다리 사이

멀리 돌아온 입술과 입술의 포개짐에도

서글픈 여백이 맺히고,

갈변한 사과를 반으로 쪼개면

속살은 여전히, 잊혀진 듯 희다

 

 

 

  삶의 끝자락에 들어든 우리 아버지. 고단한 삶 평온하게 갈무리하길 바라는 자식들 마음과 달리 아버지는 차디찬 겨울 속에 머물러 계십니다. 흩어지고 부러진 아버지의 삶을 지켜보아야 하는 자식들도 까만 바람, 겨울 속입니다. 아버지와 우리들 사이에 서글픈 여백이 맺히고, 마음 깊은 곳 슬픔과 함께 쌓여가는 것은 차가움, 분노입니다. 아버지 앞에서 언니오빠는, 저는 무렴(無廉)한 자식들이 되어갑니다.

  이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듯 우리 아버지에게도 다시 따뜻한 봄이 오길, 아무 일 없던 듯 말끔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길 속절없이 바래봅니다.